토론토 한국일보가 최근 게재한 연아마틴 상원의원 관련 기사를 본보에 게재한다. 이해정도에 따라서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원문을 그대로 본보에 싣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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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이맘때 얘기다.
2008년 12월22일. 연방총리실에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스티븐 하퍼 총리가 임명한 새 상원의원 명단 한 쪽 구석에 눈에 확 띄는 이름이 있었다. 요나 마틴(Yonah Martin).
한국일보는 지면 아끼지 않고 1면 머리 부분 전체를 털어서 ‘한인 첫 연방상원의원’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으로 이 기쁜 소식을 한인사회에 알렸다. 우리는 굳이 그녀를 ‘요나 마틴’이 아닌 ‘김연아’라 불렀다. 그리하여 캐나다 한인사회는 세계 최고의 피겨스타와 비록 임명직이지만 연방상원의원, 이렇게 자랑스러운 ‘김연아’를 두 명이나 곁에 두게 되었다.
당시 하퍼 총리의 정치적 일탈에 비판이 쏟아졌다. 줄곧 상원을 개혁하겠다고 목소리 높이더니 돌연 말을 바꿔 자기 측근들을 대거 상원의원에 임명했으니 욕 먹을 만도 했다. 심지어 캐나다 최대의 일간신문 토론토스타는 “당에 돈을 대주는 사람, 지난 총선에서 떨어진 후보, 아첨꾼 등에게 선심을 쓰기 위해 상원의원을 임명했다”며 대놓고 비아냥거렸다. 그래도 토론토한인들은 애써 눈을 감고 쌍수로 환영했다.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그녀가 코리안 캐네디언이라는 사실 이외에.
토론토 한인단체들 사이에 경쟁이 불붙었다. 요나 마틴씨를 앞다퉈 토론토로 모셔오겠다는 것이었다. 올해 2월21일, 드디어 대표단체인 토론토한인회가 직접 나서서 성대한 환영회를 열었다. 열렬하고 따뜻하게 그녀를 맞이했다.
요나 마틴씨가 그 자리에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캐나다 한인으로서 열심히 일해보라는 뜻에서 하퍼 총리가 저를 상원의원으로 임명한 것 같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하자 토론토 한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인의 입에 발린 수사(修辭)라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한인사회가 없다면 저도 필요 없을 것이다. 비록 상원의원 중 한인은 나 혼자밖에 없지만 캐나다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토론토한인들이 요나 마틴씨에게 무엇을 바랐을까. 토론토 한인사회를 위한 정치적인 힘? 경제적 이익? 민족 자부심?
아니다.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코리언 캐네디언으로 그 자리에 좋게 서있기만 해도 고마운 일이었다. 마치 피겨퀸 ‘김연아’가 세계대회가 끝나기만 하면 회귀하듯 토론토로 돌아와 우리 곁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도 가슴 뿌듯한 것처럼 말이다. 고국정부가 그녀에게 전한 국민훈장 모란장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요나 마틴씨의 행보를 보면 착잡해진다. 그녀는 과연 캐나다 한인사회에서, 또 토론토 한인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
지난 얘기까지 반추(反芻)해 보자. 요나 마틴씨는 2003년 이른바 ‘C3소사이어티(Corean-Canadian Coactive Society)’라는 한인 2세 중심의 봉사단체를 만들어, 한인사회와 주류사회의 가교역할을 자임해 왔다. 개인적인 정치도구라지만 그래도 그건 곱게 봐줄 수 있다. 어차피 소수민족사회가 주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역량 결집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그녀가 과연 어떤 가교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7월15일 오픈스카이 발표 행사가 밴쿠버에서 있었다. 발표자는 스탁웰 데이 연방통상장관과 요나 마틴 상원의원. 캐나다 최대 한인사회가 있는 토론토가 아닌 밴쿠버에서 행사가 치러져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러나 그 뒤 요나 마틴씨의 행보를 보면서 오픈스카이 발표장소에 관한 궁금증이 풀렸다. 그녀는 상원의원 임명 직후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BC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서 BC주 및 여성, 한인사회를 위해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딱 ‘BC주 한인’을 대표했을 뿐이었다.
좋다. 밴쿠버 출신이 밴쿠버만을 위해 일하는 게 뭐가 대수랴. 그러나 문제는 다른 지역 한인들에게 불쾌함과 소외감을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캐나다 한인사회 내에서 갈등과 분열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친김에 말을 하자. 이번 스티븐 하퍼 총리 한국방문에 한인단체장과 언론인이 함께 가기로 되어 있었다. 뒤에서 말이 오가던 토론토 한인단체장과 대표일간신문 기자 등은 아무런 설명 없이 제외되고 말았다. 대신 공교롭게도 요나 마틴과 가까운 밴쿠버 주간지 기자 2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인사회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은 간단하다. 이익을 주지 않아도 좋다.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켜 마침내 한인사회를 분열시키는 데 앞장서지만 않으면 족하다.
그녀는 잘하든 못 하든, 한인사회의 박수를 받든 말든75세까지 30년 이상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요나 마틴씨는 토론토에서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최고 상석에 앉는 예우(禮遇)를 즐겼다. 그에 걸맞은 정치행위를 기대한다.